2009년 5월 15일 금요일

읽기 전에 계획하라!

책 한권 읽는 데 계획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은 비단 책 읽기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이라면 자기계발을 위해 한 달에 1~2권 책 읽는 것 외에도 신문, 잡지, 논문, 보고서 등 수많은 문서를 읽는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데이터 저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저렴해진 서버 덕분에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사진이나 동영상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까지 생겨나는 추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월드와이드웹의 세계에 존재하는 절대 다수의 정보는 텍스트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학교에서 직장에서 자의든 타의든 책을 읽어야만 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 책을 읽는 '속도'이다. '속도'는 책 한권을 읽는데 투자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와도 연관이 된다.

 

먼저, '시간'에 관해 생각해 보자

만약 한 달에 1권의 책을 읽는다면 1년에 12권. 책 1권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5시간이라면 1년에 총 60시간을 쓰게 된다.책 1권 읽는 시간을 1시간만 줄인다면 1년에 12시간을 줄이게 되고, 2시간을 줄이게 되면 24시간 즉 하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1년에 24시간을 아끼게 되면 8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게 된다.

 

다음,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상당히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읽더라도 에너지 소비가 많은 활동이다.



취미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 것이 아니라면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정보의 이해와 분류, 정리의 과정을 거쳐 시험이든 업무이든 결과로까지 연결시켜야 된다면 그 강도는 더해지게 되고 거기다 스트레스까지 덤으로 얹어지게 된다. 그래서 책 읽기에 소비되는 에너지 수준을 무시하다 보면 컨디션 조절이 힘들어 지게 된다.

 

이렇게 책 한권을 읽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내가 '투자'라고 표현한 만큼 책을 한권 읽는데에도 경제적인 관념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책 한권을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읽었는데 그 정보가 필요없는 정보였다면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주말 저녁에 뭘 먹을까, 어떤 영화를 볼까, 어디를 가서 놀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우리는 잠시동안이자만 계획을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경험적으로 최소한이라도 계획을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별 다른 계획 없이, 책 내용 외에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제목, 저자 프로필, 프롤로그, 에필로그, 목차 등을 세심하게 살펴 보지 않고 내용을 바로 읽는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책을 읽고 나도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은 뭔가 남기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책을 읽기 전에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 계획을 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독서계획을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과 해 보아야 할 질문들

 

1. 제목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하기 직전까지 가장 고민하는 것이 바로 제목이다. 제목은 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목만 보고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짐작해 보는 것도 책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다. 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책의 내용과 제목을 비교해 보며 책의 제목이 정말 제대로 잘 지어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책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시중에는 그럴 듯한 제목으로 독자들의 주머니만 노리는 저급 책들이 너무나 많다.

 

"이 주제가 어떻게 전개 될까?", "이 제목과 비슷한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어떤 시각으로 풀었을까?"

"이 주제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내가 이 주제로 책을 쓴다면 무엇을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  

 

2. 앞 뒤 표지, 띠지의 정보

표지에는 책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책 본문 내용 중에 세심하게 고른 문장들을 싣는다.

또 뒷 표지에는 유명인사들의 추천사들이 실려 있는 것이 보통인데, 그들이 진짜로 책을 읽어보고 쓰는 건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임의로 어떤 가이드 라인을 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감상평을 보면 진짜로 책을 읽고 추천사를 쓴 사람들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3. 저자의 프로필

저의 프로필에는 보통 출신학교, 수행했던 경력, 전작들과 같은 정보를 소개한다.

짧지만 압축된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 그의 취향이나 경향, 사고방식 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나름 저자에 대한 인상을 가지고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해 보며 지적인 가상 대화를 나누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이 저자는 어떤 가치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가?"

 

4. 프롤로그, 에필로그

프롤로그는 보통 저자가 책을 집필한 목적과 의도, 책에서 꼭 읽어 주었으면 하는 주제 등을 얘기한다.

책의 전체 내용을 짧게 요점정리해 준다고 할 수 있는데, 프롤로그는 꼼꼼하게 읽어보는 편이 좋다.

책 전체 그림을 잡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책 읽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책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5. 목차

목차는 책이라는 지형을 표시해주는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제목은 표지판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표지판을 보고 갈 곳을 정하고 실제 지형을 표시해 주는 지도를 보고 간다면 원하는 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여행이 그렇듯 때론 지도를 집어던지고 마음 가는데로 발길 아니 눈길 닿는데로 가다 보면 뜻 밖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도 있다.

 

6. 책을 읽는 목적

앞의 5가지 정도의 가이드를 통해 읽고자 하는 책의 주제, 집필의도, 목적, 초점 등을 이해했다면 마지막 목적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목적은 계획적인 독서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앞의 5가지 요소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나서 더 이상 읽을 책인가, 그렇지 않은 책인가를 판단할 수 있기까지 하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정작 책이 자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허탈하지 않겠는가?  

목적을 가진 책 읽기를 지향하자는 마음에서 릭 워렌 목사의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제목을 패러디해 봤다.  

이름하여 '목적이 이끄는 책 읽기'를 지향한다면, 훌륭한 책 읽기가 될 것이다.

 

"나는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이 책은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도움이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이 책은 정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정리하자면, 책은 한 저자의 수 십년 간의 경험이나 연구를 통한 체계회된 생각을 예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그 저자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고 괜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저자에 대한 실례이기도 하고 본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은 저자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책 읽기의 가장 우선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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